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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으로 마음 치유하는 문화 컬렉터 ‘공간 소이헌’ 김소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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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풀, 음식과 식기, 작품과 가구 공간의 모든 것이 마음 치유하는 도구"

[ 시니어가이드 안기훈 기자 ]

 

김소연 대표는 대전에서 이름난 ‘문화 컬렉터’다. 18~19 세기 고미술품과 1960년대 이후 미술품을 소장한 컬렉터다. 명품 식기와 가구로 꾸민 복합문화공간 ‘소이헌’을 운영하면서 임상심리 상담을 하고, 미혼모와 자녀의 자립과 독립을 돕고 있다. 그녀에게서 마음 치유와 공간의 상관관계, 이웃과 ‘마을’의 행복 실천에 대해 들었다.

 

 

“공간이 마음을 치유합니다. 공간과 심리 치료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공간은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상처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결핍된 마음을 채워줍니다. 공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꽃 한 송이, 돌 하나, 향기와 색깔로 행복해지면 그 힘으로 내면의 상처와 분노, 억울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꺼낼 수 있어요. 저와 상담하게 되고, 스스로 낫기까지 자신을 돌보고 어루만지게 되는 것이지요. 공간은 그들에게 에너지와 의지를 주는 도구입니다.”

 

김소연임상심리연구소 김소연 원장은 ‘이제 막 무심히 지나친 돌담, 담쟁이 넝쿨, 한 송이 백합, 바닥 돌, 이름 모를 풀이 모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감정을 조절해주는 도구’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내면, 삶의 여정 닮은 정원

 

길을 잃어도, 길을 찾아도 좋은 작은 정원 김소연임상심리연구소는 대전 중구 선화동 ‘공 간 소이헌’ 안에 있다. ‘공간 소이헌’은 상가 주택과 단층집들을 연결하는 골목의 벽을 끊어 안으로 돌담길을 만들고, 그 담에 고려담쟁이와 각양각색의 꽃들을 심었다. 첫 방문객도 자연스럽게 정원으로 이끌려 들어간다. 그 안에 아담하게, 깔끔하게 꾸며진 정원이 있다. 수 십가지 꽃들이 그냥 제맘대로 자리잡은 것 같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질서 속에서 제 모습을 한껏 뽐낸다. 

 

 

길은 모두 3채의 가옥과 연결돼 있다. 작은 정원에 난 좁은 길을 따라가다가 운 좋으면 뒷 뜰로 들어서게 되고, 그곳에서 평소에는 절대 못볼 귀한 꽃을 만나 향기를 맡게 되기도 한다. 잘못 들어서면  뜻하지 않게 화장실을 만나기도 한다. 돌아서서 나오거나 옆길로 가면 새로운 공간, 신기한 풀과 꽃, 돌과 담을 또 만난다. 이곳은 김소연 원장이 평생토록 연구해오고 있는 인간의 내면, 삶의 여정을 닮은 듯하다. 

 

‘소이헌’이라는 이름은 이태백의 시 <산중문답> 의 한 구절 ‘소이부답심자한’에서 따왔다. ‘웃고 대답하지 아니해도 마음이 절로 한가롭다’는 뜻이다. 집은 사람을 닮는다. 공간은 창조자의 내면이다. 이름을 그렇게 정한 주인장의 마음이 그렇거나 그러길 희망한다는 시그널이다. ‘왠지 모르지만 마음이 절로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는 방문 후기들이 근거 없는 멘트는 아닌 것 같다.   

 

빈 집 3채를 고품격 복합문화 명소로

 

독일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할 때 아름답게 조성한 자연 정원과 상담자를 최대한 배려한 최적의 공간에서 심리치료를 하는 스승을 만난 것이 생각과 실천의 전환점이 됐고, 이곳 소이헌의 보이지 않는 설계도가 됐다. 심리 치료와 공간이 얼마나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스승의 치료법과 환자의 치유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런 복합 문화공간을 그렸고, 결국은 이루어냈다.

 

“제가 이 공간을 만들면서 3년 동안만 버텨보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다 저를 말렸어요. 근데 벌써 4년이 지났어요.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셨고, 위대한 작품과 좋은 인연들을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 3채였는데, 주변 사람들은 이런 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아해했거든요, 이제는 대전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정원을 품에 안고 있는 건물은 사람이 살지 않아 길고양이가 살던 60년 된 구옥 3채를 리노베이션했다. 내부는 한옥의 뼈대를 살렸고, 내부 인테리어와 외장은 유럽풍이다.

 
명품 식기와 가구, 차 한 잔에도 품격

 

 

천정에 걸린 화사한 등, 덴마크 로열코펜하겐 앤틱, 영국 로열알버트, 독일 드레스텐 제품의 티팟과 찻잔, 도자기 등 소품들이 눈과 마음을 뺏는다. 
한쪽 공간에는 할아버지 때부터 소장해온 18세 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 작품들과 전주버선장, 고가구들이 전통을 뽐내며 우아한 현대적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200여년 된 유명브랜드 그릇들이 수납장에, 협탁 위에 진열되어 있다. 식탁은 800만 원대의 앤틱 테이블이다. 차 한 잔을 마셔도 손님을 최고로 대접하는 주인장의 섬세한 배려가 느껴진다.


미술품 전시·판매 ‘문화 컬렉터’로 정평

 


이곳은 미학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전시되는 갤러리, 쉽게 보기 힘든 예쁜 그릇과 맛있는 음식과 음료가 있는 브런치 카페로 운영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품격 있는 소모임을 위한 공간 대여도 하고, 유망 작가의 기획·초대전도 한다. 벽면에 걸린 작품들과 별채에 전시된 작품들은 그녀의 소장품이다. 일반인이 접하기에는 높은 가격이지만 ‘딱 맞는 주인’을 골라 ‘꼭 어울리는 작품’을 판매하는 일도 그녀의 몫이다.

 

 

1960년대 김제의 부농으로 예술가들의 작품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미술품을 사들이셨던 할아버지에게 미학적 안목을 고스란히 전해받은 덕분에 ‘좋은 작품’과 ‘좋은 사람’을 꿰뚫어 볼 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소이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거인’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어려운 삶을 열심히 살아내는 ‘생활의 거인’들이다. 그들이 저마다의 결핍과 상처, 분노와 우울로 그녀를 찾아와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녀는 듣고, 또 듣는다.

 

 

“이미 소이헌에 들어서면서 꼭꼭 잠가놓았던 마음의 빗장을 연 분들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저는 듣지요. 울면서, 화를 내면서, 억울해하면서 내면의 이야기를 밖에다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그 분들은 이미 스스로를 치유하는 겁니다. 저는 그 중에서 그분들에게는 너무 사소해서 아주 쉽게 놓아버린, 매우 소중한 것을 알려드리거나 되찾게 하는 역할만 합니다.”


김소연 대표는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미혼모와 자녀들의 상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음악회와 함께 자신의 소장품을 내놓는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미혼모들을 위해 사용했다.

 

“오랜 기간 미혼모들을 만나오면서 그들이 마음을 열고 가족처럼 대해줄 때 감동을 받지요. 이들 이 사회의 관심 속에서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고, 이들이 낳은 어린 생명들도 축복 속에서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또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 삶의 기본단위 ‘마을’ 행복 실천

 

 

그녀는 임상심리학자로서 지역사회와 이웃들을 돌보면서 주민 삶의 기본 단위인 ‘마을’이 행복한 사람, 즐거운 일, 뜻 깊은 만남으로 ‘구원’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을 ‘천천히, 빨리, 지속적으로’ 이루어가는 책임과 의무가 ‘공간 소이헌’과 ‘김소연임상심리연구소’, ‘소아청소년마음클리닉’의 존재 이유라고 한다.


“도시에서 마을을 만나고 싶어요. 일본이나 유럽에는 작은 마을이 많이 있는데 그곳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일들이 좋았어요. 빵집은 빵을 만들어 그 마을에서 다 소비하고, 또 다른 집은 또 다른 것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고 소비하고 즐기는 마을, 정이 묻어나는 어렸을 적 우리네 마을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 사람 향기가 나는 마을,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드는 게 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