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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은 잔소리, 충고는 참견...선택의 문제일 때만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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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스트레스 유발하는 화두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추수철 햇곡식과 과일, 풍성한 먹거리를 마련해 지내던 축제였던 명절이 명절 공포증, 명절 스트레스 같은 합성어처럼 부정적인 단어와 결합하는 것이 익숙해진다.
명절에조차도 보기 힘든 가족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궁금해하지 말아야 할 결혼, 취업, 출산 같은 민감한 것들을 가볍게 묻는 통에 명절 분위기는커녕 어색해지기도 일쑤다. 인사치레 대신 질문하기보다 가벼운 위로와 격려가 더 필요하다.


박준영 기자

 

 

‘선택의 문제’일 때만 충고다
충고는 그 사람이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에 대해서만 할 수 있다.

 

예컨대 그가 원하는 대학의 원하는 전공에 합격할 수 있는데 하지 않거나,

그가 원하는 기업에 원하는 연봉으로 취업할 수 있는데 하지 않거나,

그 부부가 아이를 낳고 길러도 충분한 정도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고, 임신과 출산에 문제가 될 어떠한 문제도 없는데 낳지 않고 있거나,

독하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각오와 마음먹기만 하면 얼마든지 살을 뺄 수 있는데도 자학하기 위해서 계속 살을 찌우고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의 가족, 친척으로서 조언할 수 있다.


그런게 아니라면 우리가 해야 할 얘기는 ‘힘들지? 명절 연휴만이라도 머리 싹 비우고 푹 쉬어라. 다 잘 될 거야. 나는 네 걱정 안 한다’와 같은 격려와 신뢰표시다.

 


궁금해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
이건 시니어에게는 조금 불편한 얘기다. 매년 명절 시즌이 되면 이 화두를 다룬 칼럼이 하나쯤은 눈에 들어온다. 명절에 묻지 말아야 할 근황 질문들에 대한 칼럼이다. 시니어도 이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세상이 바뀌어 요즘 젊은이들은 무슨 말 한마디를 못 하게 한다”고 토로하기 전에 바뀐 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이 예민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건 모두 돈 문제라 민감하다
왜냐면 20대, 30대 나이에 연애를, 결혼을, 취업을 안 하는, 혹은 못 하는 게 가장 힘든 건 바로 그 자신이며, 이건 웬만하면 다 경제적 문제와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이걸 해결해줄 수 없다면 조언은 잔소리고, 충고는 참견이며, 걱정은 무시와 비난으로 받아들여진다.


때로 ‘걱정돼서, 좋은 마음으로 꺼낸 말을 왜 불쾌하게 받아들이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말들이 공격적 의도가 없는 그저 인사치레였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선한 의도’였다면 어떤 말이든 꺼내도 된다는 생각도 착각이다.


저지르고 나면 다 살길이 있다?
몇 년 전 결혼식에서나 얼굴 본 조카 부부에게 출산 얘기를 꺼내는 것도 금물이다. 애초에 난임 부부가 4쌍 중 1쌍꼴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그들이 욜로족이거나 책임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낳고 기를 경제적 능력도 걱정, 이렇게 풍요로운 세상에 내 자식 낳아서 남들처럼 못 해주는 경제력도 걱정이다.

 

막연한 공포심이 아니다. 계산을 해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이들을 가장 답답하게 만드는 말이 “막상 낳고 나면 다 살길이 생겨”다.

 


‘살 빼라’, ‘운동 좀 해라’
살집이 붙은 여성에게 “살 좀 빼야겠다”고 자극하는 건 거의 인권침해 수준이다. 살찐 자신의 모습을 즐기며 사는 사람은 없다.


미국 ABC방송의 관찰 프로그램 ‘WWYD’의 한 에피소드에서는 뷔페식당에서 고열량 음식을 접시에 담는 뚱뚱한 연기자에게 다른 연기자가 충고와 조언을 하는 상황극을 펼치고 시민들의 반응을 봤다.

 

시민들은 열이면 열, 분개하며 나섰다. “당신의 의도가 어떻든 타인에게 함부로 조언할 권리가 없다”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