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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명품 스토리>구멍가게 앞 빨간 호빵 찜통이 입김을 뿜으면 겨울이라는 신호

추억의 겨울 간식 삼립호빵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따스하던 삼립호빵 몹시도 그리웁구나’

삼립호빵 CM송

 

박준영 기자
자료 SPC삼립

 

호빵은 설렘이었다
동네 구멍가게 앞, 어느새 나타난 호빵 찜기가 모락모락 입김을 뿜는 게 눈에 들어오면 겨울 문턱에 들어섰다는 의미였다. 추운 겨울날 구멍가게 앞에 있는 호빵 찜기 주위를 서성거리다 가겟집 아줌마한테 한 소리 듣던 기억, 종이봉투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을 한 아름 안고 혹시나 식을까 잰걸음을 걷던 기억, 하얗게 부푼 호빵은 설렘이었다.


전기밥통에서 꺼낸 호빵에 묻은 밥풀을 떼먹고 나서 겉에 얇은 피막을 벗겨 먹다가 한입 덜컥베어 물면 달콤한 팥소에 혓바닥을, 입천장을 데기도 일쑤였다. 싸늘한 찬바람 속에서 느끼던 호빵의 온기는 겨울 그 자체처럼 느껴진다.

 

 

호빵 찜통이 이끈 대호빵 시대
추억의 겨울 간식, 호빵의 역사는 사실 다른 간식에 비해 역사가 오래된 편은 아니다. 1971년 삼립식품에서 나온 호빵이 국내 최초다. 이듬해 1972년 연탄을 사용하는 원통형 찜통이 소매점에 배포되면서 이른바 ‘호빵 시대’가 열렸다. 원통형 찜통에서 새어나는 하얀 김은 호빵 대중화의 핵심이었다.


1971년 10월 세상에 등장한 호빵은 SPC의 창립자 허창성 명예회장이 해외에 갔다가 가게마다 데워 팔던 찐빵을 보고, 제빵업계의 비수기인 겨울철에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고안하기로 해 연구팀을 꾸려 1년여 준비 끝에 만든 제품이다.

 

호호 불어먹는 호빵

호빵은 ‘호호 불어먹는 빵’이라는 뜻으로 찐빵을 공산품으로 만들면서 새로 작명한 이름이다. 당시 특허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낮아 독점등록을 하지 않아 호빵은 일반명사처럼 쓰이게 됐다.

 

한 푸드 칼럼니스트가 “(호떡과 마찬가지로)호빵도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라 호(胡)빵이라고 부른다”고 했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따스하던삼립호빵, 몹시도 그리웁구나’라는 CM송은 가수 김도향이 불렀다. 이 곡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Anything that’s part of you(1962)’를 번안한 가수 차중락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의 노랫말에서 따온 것으로 1978년 동아방송 대상과 문화방송 광고대상에서 ‘노래 광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단팥파? 야채파?
붕어빵이나 호빵이나 원조는 팥이다. 단팥보다는 야채 호빵이 더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 SPC삼립에 따르면 호빵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52%)은 단팥 호빵이며, 야채(24%), 피자(12%) 순이다.


출시 후 꾸준한 인기를 얻은 삼립호빵은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이 약 60억 개에 달한다. 지름 10㎝인 호빵 60억 개를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약 15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끼니보다 비싼 고급 간식
최초 출시 가격은 20원이었는데, 이는 일반 빵보다 4배가량 비싼 수준이었다. 1963년에 출시된 삼양라면이 10원이었으니 ‘끼니보다 비싼 빵’이었던 셈이다. 1971년 당시 짜장면 한 그릇의 가격이 50원이었으니 현재 시세로는 약 3,500원짜리 간식이었다.


이렇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호빵은 출시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1986년에는 미국, 중동, 캐나다, 유럽 수출로 하루 160만 개가 팔려나가기도 했다. 먹거리가 차고 넘치는 지금도 호빵은 초당 약 9개씩 팔려나가고 있다.


50년 전 호빵은 어땠을까
삼립호빵은 1971년 첫 출시 후 현재까지 같은 규격을 유지하고 있다. 지름 10㎝, 무게 90g으로 2021년 현재도 이 규격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포장재에는 신기술이 도입되기도 했다. 현재 삼립호빵은 ‘호빵 스팀팩(전자레인지 조리 시 포장지를 뜯지 않고도 데울 수 있는 기술)’기술로 촉촉한 호빵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포장재의 변화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