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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세에 컴퓨터로 포토샵하고, 그라운드 골프하며 행복하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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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주인공으로 풍요롭게 사는
김화순

[시니어가이드 김미란 기자] 우리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막상 실생활에선 숫자에 얽매여 산다. 85세에 컴퓨터를 다루고, 사진 편집을 하고, 그라운드 골프 홍보이사를 맡고, 직접 운전을 한다. 그 나이에 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들이다. 활력 있고, 아름답게 노년을 보내는 김화순 씨를 만났다.

 

 

 

“순천 연향동 ◯◯아파트로 오세요. 정문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녀를 만나러 가기 전, 카톡으로 이렇게 문자가 왔다. 약속 시간에 아파트 정문에 도착하니 자주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단아한 모습의 여성이 서 있다. 85세라고 들었는데 도저히 80세가 넘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아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성함을 물었다. 놀라움으로 만남이 시작됐고 집으로 들어가서 얘기를 나누다보니 더욱 놀라움의 연속이다. 

 

 

 

제일 인상깊은 것은 배려였다. 취재 시간을 줄여주겠다고 김화순 씨 본인의 프로필, 바라는 점, 30년이 넘게 만난 후배, 취미로 하는 그라운드 골프 동호회 회장이 본인에게 해준 말들을 꼼꼼히 적어서 건네주었다. 


“선배를 30년 넘게 봤지만 한결같이 젊고 멋져요. 자기 관리를 잘하고 부지런하며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는 분위기 메이커예요. 우리 후배들의 영원한 멘토입니다.” 
만난 지 30년이 넘은 후배 송충자 씨의 말이다.


“김화순 회원은 우리 동호회의 홍보 이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경기를 하면 직접 사진 찍고 편집해서 몇 시간 후에 카톡으로 보냅니다. 여성스럽고 부드러우며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시죠.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팔마 그라운드 골프 박청담 회장은 한참동안 김화순 씨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이렇게 칭찬이 자자하니 진짜 포토샵을 잘하는지 실력을 보고 싶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능숙하게 사진 편집을 척척 해낸다. 실력이 뛰어나 현재 순천 그라운드 골프 연합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각종 대회 사진을 촬영, 편집해서 동호회원들에게 보내준다.

 

퇴직 후 제2의 활기찬 인생 시작
그녀는 1953년에 순천사범학교에 입학했다. 졸업 후 서울로 유학 간 오빠 따라 서울로 가 종로구청 사회과에서 3년 남짓 근무했다. 순천이 고향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순천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시작했다. 교직생활 33년을 끝으로 1999년에 퇴직했다.


퇴직은 현직에서 물러나는 것이고, 은퇴는 직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내는 것이다. 김화순 씨는 퇴직을 했지 은퇴를 한 것이 아니다. 퇴직한 후 더 바쁜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 


퇴직 후 7~8년은 전국의 산을 누비고 다녔다. 복지관에서 왈츠와 탱고도 배워 9년 전에 생활체육 전국 스포츠대회(2회)에서 시니어부 대상을 받았다. 


“왈츠를 좋아해요. 왈츠는 우아하고 음악이 아름다워요. 순천사범학교 2학년 때 진주에서 열린 제1회 개천절 예술제에서 발레를 췄는데 1위를 했어요. 전라도에서 처음으로 토슈즈를 신었죠. 발레 전공은 아니었어요. 어릴 때부터 춤에 소질이 있었나봐요."

 

 

2011년부터 그라운드 골프 동호회에 가입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6월에 순천시 생활체육대축전 그라운드 골프 대회에서 개인전 1위를 했다. 운이 좋아서 1위를 했다고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꾸준히 노력해 만든 결과다.

 

감사로 시작하는 풍요로운 일상
80대에도 활기차게 생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상을 물었다.

 

“그라운드 골프할 때 8홀을 두 바퀴 도는데 햇볕 아래서 걸으면 정말 행복해요. 운동하는 회원들과 같이 점심 먹고 집에 와서 그날 찍은 사진들을 밴드에 올리고 3시간 정도 포토샵 작업해서 보내줘요.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겠어요”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일이 또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컴퓨터로 1시간씩 성경을 필사하는 것이다. 대부분 펜으로 필사를 하지만 컴퓨터 자판으로 필사를 하는 것이다. 하루의 시작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풍요롭게 시작하니 매일 매일이 즐겁고, 행복하고, 감사하다. 


퇴직한 여교사들의 모임인 ‘석류회’ 회원들과 한 달에 2~3번 만난다. 12명의 회원들과 20주년 기념으로 동해안 일주도 했다. 70~80대 회원들이 직접 운전해서 여행을 다닌다. 모두 운전을 할 줄 알고, 잘 먹고, 잘 웃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여성들의 모임이다. 김화순 씨는 이 모임의 최고 연장자다. 연장자라고 뒷짐 지고 있지 않고 항상 솔선수범하고 성격이 좋아서 모임에서 인기 최고다.

 

 

 

김화순 씨가 ‘나의 바람’ 이라며 글을 적어 주었다.
“요즘은 노년의 부모가 자식 걱정 안 시키는 것이, 병원 안 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만들어 먹고, 내가 필요한 물건을 알아서 구입하고, 친구들과 만나서 외식을 한다면 행복한 노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후 건강을 관리함으로써 자식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국가에 공헌하는 길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내가 아닌 나로 바뀌어야 할까? 나는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을까? 김화순 씨를 만나니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주변에 베풀며 사는 삶이야말로 내가 주인공으로 사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