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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기형, 왜소증 치료 세계 권위자 송해룡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 구축
A.I 빅데이터 통한 첨단 의료 실행

송해룡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뼈를 늘려 키를 키우는 ‘일리자로프’ 수술의 국내 일인자이자 소아 기형, 왜소증 치료 정형외과 분야 최고 권위자다. 그랬던 그가 최근에는 AI 빅데이터, 의료기기, 스마트 약물 전달 분야 융복합 바이오벤처를 육성하는 개방형실험실 사업단장으로서 밤낮없이 뛰고 있다. 그와의 대담을 통해 코앞으로 성큼 다가온 ‘첨단 의료’의 현주소에 대해 알아본다.

 

안기훈 기자

 

 

2006년 고려대 구로병원에 희귀난치성 질환센터를 설립, 근골격계 희귀 난치성 질환자를 치료해오던 송해룡 교수가 ‘의사창업연구회’, ‘고려대 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 사업단’을 연이어 설립하면서 의료 분야의 기술을 사업화하는 최일선 선봉장으로 나섰다. 


‘의사창업공동연구회’는 의사 창업가의 네트워킹과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120여 개의 의사 창업기업과 함께 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설립했다. ‘개방형실험실’은 우수한 연구인력과 인프라를 보유한 병원이 실험실을 구축해 기업과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보건의료 분야 창업기업을 키우고 지원한다.

 

고대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은 국내 대학병원 7개 중 가장 큰 규모(183평)로 2019년 7월 문을 열었다.

 

‘의사 바이오벤처’ 키우는 CEO

 

일찍부터 미국은 바이오벤처 창업을 희망하는 의사 수가 많았다. 우리도 이제 그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진단이나 디지털 치료제 쪽 창업이 많다. 초창기 10개 연구중심병원에서 시작했던 병원발 창업기업이 100개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송교수는 이제 창업 혁신을 주도하는 CEO다. 의료 분야에서 사업화할 수 있는 기술을 길어올리는 크리에이터다. 이미 2013년 고려대 구로병원 연구중심병원 추진단장을 맡아 고려대 의료원 산하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이 동시에 대한민국 10대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다음은 고려대 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 사업단장으로 뛰고 있는 송해룡 교수와 일문일답. 


의사들의 창업을 돕고 지원하고 이끄는 이유는 
“의사가 진료에 몰입하면 환자 한 명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의사가 기술 산업화에 도전하면 한 질병, 혹은 환자군 전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약품과 의료기기도 만들 수 있다.” 한때 보건의료 분야 기술혁신은 기업 부설 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으나, 최근에는 대형 병
원과 의료진이 전면에 나서서 임상현장의 실질적인 수요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토대로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창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의사들의 창업, 어떤 강점이 있는지
“의사의 경쟁력은 현장의 미충족 의료수요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가 단순 논문이나 특허만 내는 것이 아니라 실용화될 수 있는 특허를 냄으로써 전문 인력의 기술이나 지식이 사업화로 실현돼야 한다. 우리는 대기업과 디지털 협동조합도 만들었고, 의사 창업 연구회에는 120개 회사가 있다.

의사 창업 연구회는 의사 기업 협의회라고 할 수 있다. 의사면서 교수인 사람, 교수 아닌 의사도 창업을 한다. 학교 안에서, 병원 안에서 창업 아이템을 사업화할 수 있다.”


유명 정형외과 전문의에서 첨단 바이오벤처 CEO로 변신했는데, 계기가 있었나
“키가 작은 왜소증 환자와 사지 기형 환자의 치료를 돕기 위해 뼈 성장을 촉진하는 복합 초음파 치료기를 개발했다. 그들의 빠른 회복을 돕고, 기형적 뼈 치료를 넘어 그들의 휘어진 삶을 바로 세워 주고 싶었다. 그러다가 아예 치료를 돕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창업의 길로 나섰다.”


그가 뼈 성장을 촉진하고 환자의 통증을 감소시키는 복합 초음파 치료기기 등 첨단 의료기기의 상용화와 디지털 치료, 융복합 바이오벤처 육성을 서두르게 된 이유다. 


의사로서 저신장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긴 시간을 보낸 그는 이제 창업 혁신을 주도하는 의료 분야 기술사업화의 전문가다.

 

의료와 IT를 접목한 기술의 사업화에는 어떤 게 있나
“예전에는 교수들이 연구비를 받아 특허를 내고 기술이전을 많이 했지만 미국의 경우 기술이전을 하지 않고 창업을 한다. 미국 대학병원 의사들은 병원의 정보(환자 데이터)를 이용해서 창업을 하는 것이 대세다. 한국은 좋은 의료기술과 IT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둘을 접목시키고 있다. 


우리의 훌륭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함께 구동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 수출한다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앞으로는 반도체와 메디컬 분야가 융합돼 전 세계를 모니터링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의사들이 국내의 체계화된 의료시스템을 활용해 창업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미국은 바이오벤처 창업을 희망하는 의사 수가 엄청 많다. 우리도 그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는 하다. 우리는 대부분 진단이나 디지털 치료제 쪽 창업이 많다고 한다. 초창기 10개 연구중심병원에서 시작했던 ‘병원발 창업기업’이 100개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 사업단장’으로서 역할은
“임상의사와 기업 간 네트워킹, 그리고 병원 기반의 기업 혁신 성장을 지원한다. 보건산업진흥원의 국책과제로 2019년 창립했다. 입주 기업은 30여 개사였다.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공동연구회, 디지털 치료 의료기기, 빅데이터 AI 공동연구회 분야의 여러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사업단은 설립 후 2년 동안 30여 개의 기업이 200억 원의 투자유치와 150억 원 이상의 국책 과제를 수주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인근에 가산 디지털 단지 내 2,500여 개의 중소기업과 250여 개 의료기기 회사가 있는 고려대 구로병원의 입지도 큰 몫을 하고 있다고 한다. 2021년에는 국내에 총 7개 대학병원과 3개 지역의 의료산업클러스터가 선정됐다. 


‘저신장’ 환자 치료 권위자

 

‘키를 키워주는 명의’로 유명했다는데
“일리자로프 기기를 이용해 저신장 환자의 키를 늘려주고 사지 기형을 교정하는 치료를 전문으로 했다. 유전적 검사와 진단은 미국 마운트사이나이 의과대학 임상유전학 전문의, 한국 희귀질환재단 이사장이었던 김현주 아주대 교수의 몫이었다. 1개월에 1㎝를 늘리는 골 연장술로 10개월 동안 10㎝를 키우면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졌다.”


그의 세부 전공은 소아정형외과. 고려대 구로병원장과 동국대 의료원장을 지낸 이석현 교수의 제자로, 스승의 제안을 따라 1989년부터 뼈를 늘려 키를 키우는 일리자로프(1951년 러시아 쿠르간시의 일리자로프 박사가 개발) 수술법을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배웠다. 그 수술법은 미소 냉전 시대 내내 서방 의료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첨단 기술이었다.

 

 

치료가 어려운 만큼 보람도 컸을 것 같다 
“희귀난치성 질환인 신경섬유종 환자는 뼈가 잘 붙지 않는다. 골 유합 곤란으로 무려 25번 수술을 한 환자도 있다. 뼈를 대체하는 인조 뼈를 연구개발하기도 했다. 키 작은 사람뿐만 아니라 사지 기형이 있는 사람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송해룡 교수는 어린이의 팔, 다리 및 골반 질환, 변형, 왜소증과 및 기타 근골격계 이상, 선천성 유전 질환, 근골격계 희귀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의사로서의 시간 대부분을 바쳤다. 그는 ‘키를 키워주는 명의’로 대단한 인기를 얻은 정형외과 전문의였다.

 

KBS-TV가 그와 한국작은키연합회에 관한 ‘인간극장’ 20부작을 제작했고, SBS-TV가 희귀질환 환자를 다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2003년 5월 첫 방송 때부터 10년 넘도록 진행했을 정도다.


어떤 일이 기억에 남나
“왜소증 및 기형을 가진 환자 뼈를 연장하는 수술을 하거나 교정 치료를 약 2,000명 정도에게 시술했다. 2000년 경상대 의대에 재직할 때 ‘한국작은키연합회(Little People of Korea)’를 설립했다. 이듬해 6월에는 ‘미국 작은키 모임(Little People of America)’ 단체와 한미간 교류의 장도 열었다. 20여 년간 매년 여름과 겨울 캠프를 열고 200여 명의 환우 및 가족과 함께하는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왜소증 환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많이 바꾸어 준 것 같다
“200여 회에 이르는 방송에 출연하고 수십억 원의 기부금을 모아 환자를 치료했다. 미국의 경우 왜소증 환자의 치료율이 50% 미만이다. 합병증에 대한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키 작은 사람 중 70% 이상이 수술을 원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사회의 눈도 당사자의 자세도 함께 변했다.” 


왜소증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환자 수는 3만 명 정도로 추산하는데, 원인은 100가지가 넘는다. 가장 많은 연골무형성증은 2만~3만 명당 1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그는 생명사회공헌재단의 기금을 받아 2006년 고려대 구로병원에 희귀난치성 질환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에서는 주로 근골격계 희귀 난치성 질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초대 센터장으로서 2018년까지 센터장을 역임했다.


정형외과를 택하게 된 계기는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마쳤다. 집은 중구 부평동 국제시장 바로 앞이었다. 중학교 때 축구를 하다가 팔이 부러졌는데, 당시에는 정형외과 찾기도, 치료받기도 쉽지 않았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왼팔이 휘어진 채로 지금까지 살고 있다. 결정적 계기는 1981년부터 공중보건의로 경상북도 오지 보건소에서 근무했을 때 많은 농민이 팔다리를 다쳐서 보건소를 찾았다. 이들을 치료하면서 정형외과에 매력을 느꼈다.”

 

 

송해룡
•고려대 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 구축단장 
•고려대 구로병원 희귀난치성질환센터 센터장
•고대 의대 정형외과학 교실 주임교수 
•경상대 의대 정형외과학 교실 주임교수
•미국 메릴랜드대학 병원 사지기형교정센터 임상강사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소아기념병원 임상강사
•고려대 정형외과학 박사


▷연구 및 논문 : 국외 189건, 국내 80건 ▷주요 저서 : 수술로 키를 
늘일 수 있다구요?(자작나무, 1998), 일리자로프를 이용한 골절의 
치료(영창의학서적, 2003), 키수술과 합병증(간디서원,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