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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랑이의 해, 이야기 속 호랑이를 현실 세상에 불러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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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과 뜸으로 치료하는 수의사 박의 반려동물 세상 가이드

현재 국내 동물원에는 20여 마리의 호랑이가 살고 있습니다.

지리산 반달곰처럼 이 호랑이들에게도 야생성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옛날얘기의 인트로는 언제나 호랑이
‘옛날 옛적 아주 오랜 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에….’
시골집 뜨끈한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할머니가 풀어내는 옛이야기 보따리에 귀 기울이던 정겨운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어른이 돼서 내 아이에게 이야기책을 읽어줄 때도 이야기의 시작은 늘 “옛날 옛적 아주 오랜 옛날, 호랑이 담배가 피던 시절에…”였습니다.


아이는 매일 저녁 같은 책을 들고 왔습니다. 질리지도 않는지 매일 밤 같은 책을 읽어달라고 했습니다. 늘 빠지지 않는 건 단연 호랑이 얘기였습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장면이 다가오면 무릎에 앉아있던 아이는 긴장하며 제 손을 꽉 쥐곤 했습니다.

 

떡을 모조리 뺏어 먹고 엄마까지 잡아먹은, 세상 못된 호랑이가 문살 틈으로 털북숭이 손(앞발)을 ‘쑥!’ 밀어 넣을 때는 흠칫 몸을 웅크리고, 오누이를 쫓아가던 호랑이가 썩은 동아줄이 ‘뚝!’ 끊어지는 바람에 한없이 떨어질 때는 제 손등에 손뼉치듯 ‘탁탁’ 두드리며 ‘깔깔’ 웃으며 잠자리에 들곤 했습니다.

 

 

‘산군’에서 ‘산짐승’으로 전락한 호랑이
정겨운 동심은 여기까지. 이제부터 동심파괴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우선, 따지고 보면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라는 것도 길어야 400여 년 전입니다. ‘담배’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에 들어왔으니까요.


산신령의 현신이라고도 추앙받던 호랑이는 본래 너른 들과 물이 있는 습지에서 서식하던 동물입니다. 조선 시대 들어 강가의 습지가 농지로 개간되며 사람들이 정착하자 호랑이는 다른 야생 동물들처럼 산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이후 나무를 태워 그 재로 밭을 일구는 화전농이 늘어나자 야생 동물의 생태 환경은 다시 한번 큰 변화를 맞게 됩니다. 궁핍을 피해 산으로 들어간 화전민들과 화전 때문에 파괴된 환경으로 인해 먹잇감이 부족한 호랑이가 맞닥뜨리게 됐죠.


급기야 호랑이는 인가로 내려가 사람과 가축을 해치며 주린 배를 채웠습니다. ‘산군’으로 존중받던 호랑이가 흉악하고 어리석은 짐승으로 전락한 시점도 이때부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선 시대 재앙 듀오 ‘호환마마’
마마라고도 불리던 천연두만큼이나 무서웠던 게 ‘호환’인지라 조선 시대에는 호랑이 사냥을 장려했습니다. 그런 경향은 일제 강점기까지 이어졌고, 시간이 흐르고 나니 총을 멘 전문 포수에게 호랑이는 이제 범접하기 어려운, 존엄하거나 무시무시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섬나라인 일본에는 원래 호랑이가 없었고, 일제 강점기 ‘해수 구제 정책(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 제거)’ 명목으로 진행된 대규모 원정 사냥에 조선 땅의 호랑이는 결국 씨가 말랐습니다.


남한에서 발견된 마지막 야생 호랑이는 1921년 10월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수컷 호랑이 한 마리였습니다.


백두산 호랑이 복원 프로젝트
호랑이가 사라진 지 100년이 지난 지금 백두산 호랑이를 복원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각계의 노력과 관심 덕분에 호랑이는 동물원에서나마 왕성한 번식을 자랑하는 동물이 됐습니다.


2018년 5월 2일 서울대공원에서 아무르(시베리아) 호랑이 4마리가 태어났습니다. 엄마 호랑이 펜자가 낳은 ‘백두’, ‘한라’, ‘태백’, ‘금강이’입니다.


2016년생 ‘태호’와 ‘건곤이’ 부부는 2020년 ‘태범이’, ‘무궁이’ 남매를 낳았고, 2021년 6월 27일 새끼 호랑이 5남매, ‘아름’, ‘다운’, ‘우리’, ‘나라’, ‘강산이’를 낳았습니다.


야생성 회복을 위한 백두대간 수목원
백두대간의 체계적인 보호와 산림 생태자원을 보존, 관리하기 위해 산림청은 2009~2015년 2,200억 원을 들여 백두대간 수목원을 조성했습니다.

 

수목원에는 호랑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호랑이 숲도 포함됐습니다. 호랑이를 전시하는 시설 중 가장 큰 규모이며, 백두산 호랑이 유전자를 보전하고, 호랑이의 야생성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20여 마리의 호랑이가 동물원에 살고 있습니다. 지리산 반달곰처럼 이 호랑이들에게도 야생성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다시 이야기책을 펼쳐 듭니다.

 

이번에는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말고,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인간과 호랑이가 공존하는 미래의 어느 날, 호랑이 입안에 박힌 가시를 뽑아 주는 수의사 이야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