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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역대 국왕들이 먹던 보양식 타락죽

권력따라 정력따라

조선 시대에는 송아지가 먹을 젖을 사람이 뺏어 먹는다고 해 우유를 식용으로 쓰는 걸 경계했다. 타락죽은 우유를 재료로 사용하는 몇 안 되는 한식 중 하나다. 석가모니도 고행 중에 타락죽을 먹고 힘을 차렸다는 얘기가 있다.

 

 

국왕에게도 특별 보양식
타락죽은 국왕에게조차도 일상식이 아닌 건강 보양식이었다. 실제로 요리사가 아니라 의원이 처방의 일종으로 만드는 음식이었다. 국왕 이외에는 대비, 세자, 중전 정도는 되어야 타락죽을 맛볼 수 있었고, 임금이 기분 좋을 때 신하들에게 한 숟갈을 하사했다는 기록도 있다.
 

한편 국왕이 궁녀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을 ‘분락지간’이라고 하는데 귀한 타락죽을 같이 나눠 먹었다는 의미에서 나온 표현이다.

 

타락죽 홍보대사, 조조
삼국지 정사에 따르면 후한의 승상으로 당시 최고 실권자던 조조가 참모와 장수를 집으로 초대해 타락죽을 한 그릇씩 나눠주며 대접하는 모습이 기록됐다.

이 타락죽이 어찌나 맛있었는지 조조는 황궁으로 가 헌제를 알현하며 황제에게 직접 타락죽을 바치기도 했다.

 

 

사람보다 소가 귀한 시대
당시 송아지는 한 마리 한 마리가 후일 노동력의 근간인 소가 되는 귀한 자원이었다. 목축업이 발달해 우유가 흔했던 유럽과 달리 우리는 우유 관리를 전담하는 관청이 따로 있을 정도로 우유는 귀했다. 고려의 ‘유우소’, 조선의 ‘타락색’이 그러한 일을 하는 관청이다.


송아지가 젖을 먹어야 할 때 먹지 못 하고 성장이 더뎌지면 일을 제대로 못 하는 소가 되고, 이는 곧 경제적인 손실이었다.

 

실제로 당시 조선의 한우는 체격이 크고 힘이 셌다. 조선으로 파견 왔던 러시아 장교 V.P. 카르네프는 한우에 대해 “조선의 소는 키가 크고, 힘이 세다. 조선인들은 우유를 먹지 않고 모두 송아지에게 먹이는데, 그래서 덩치가 커진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서유기에도 기록된 타락죽?
서유기에도 ‘손오공이 제호관정(醍醐灌頂)하여 힘이 솟았다’는 문장이 나온다. ‘제호’란 우유로 만든 고급 유제품을 말하고, 불교에서는 부처의 가르침을 비유한다. 즉 제호관정이란 부처의 가르침을 정수리로 쏟아부은 듯 지혜를 얻었다는 뜻이다.
사오정 역시 손오공이 도우러 온다는 말에 ‘제호탕을 뒤집어쓴 듯 힘이 솟았다’는 구절이 나온다.

 


석가모니를 일으켜 세운 타락죽
석가모니와도 관련이 있다. 석가모니가 다섯 수행자들과 함께 고행하면서 단식했는데, 6년이나 단식을 실행하다가 ‘이대로는 도저히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고 느껴 고행을 그만두고 지친 몸을 이끌고 물가로 가 목욕한 뒤 근처 나무 밑에 앉았다.


마침 ‘수자타’라는 여인이 우유로 쑨 죽을 들고 지나가다 이 모습을 보고 공양을 올렸고, 석가모 니가 이를 받아먹고 힘을 차렸다.


목욕이나 단식은 인도 고행자의 기본수칙이었기 때문에 같이 수행하던 다섯 고행자들은 석가모니가 타락했다고 비난하며 같이 수행하기를 거부했다.

 

우리가 알다시피 석가모니는 보리수 아래에서 부처가 됐고, 고행자들은 그의 제자가 됐다.


여인이 들고 가던 이 우유죽을 불교에서는 ‘유미죽(우유와 쌀로 쑨 죽)’이라고 부르는데, 이름만 다를 뿐 타락죽과 같은 음식이다.


불교계에서는 쌀과 우유에 더해 연근이나 다른 곡식을 갈아 영양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 먹곤 한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채식주의를 엄격히 지키는 종파에서도 우유나 치즈 같은 유제품은 대부분 허용한다.


몽골에서 들어온 타락죽
고려말 원 간섭기에 몽골에서 들어온 타락죽은 우유와 찹쌀을 함께 끓여 만든 죽이다. ‘말린 우유’라는 뜻의 몽골어 ‘토라크’를 음차해 ‘타락(駝酪)’으로 불렀다. 이는 단순 음차 표기로 ‘낙타 타(駝)’ 자가 들어가지만, 낙타 젖으로 만들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우유와 쌀가루 비율을 5:4로 넣고, 덩어리지지 않게 잘 풀면서 끓여내면 된다. 취향에 따라 설탕이나 소금으로 간을 하기도 한다.


버터로 쌀가루를 볶은 뒤 우유를 넣어 끓이는 방식도 있는데 밀가루를 볶아 스프를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