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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공격, 플라스틱 무덤 “우리 이제 그만 헤어져”

우리는 이미 플라스틱 위기에 처해있었다

 

플라스틱 위기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경고된 바 있다.

 

미세 플라스틱하면 해양생물들의 피해 사례를 들곤 했던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 세계적 화두였던 걸 기억할 것이다. 모든 카페에서 일회용 컵 대신 잔을 들이고, 스타벅스에서 본격적으로 종이 빨대를 놔두기 시작했던 그때를 말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 플라스틱이 사용된 제품이 무엇이 있는지 한번 찾아보자. 생각보다 더 많은 곳에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플라스틱 하면 떠오르는 음료 용기, 식품의 포장재뿐만 아니라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 TV, 스피커 등 많은 전자제품의 케이스와 부품에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다.

책상, 의자와 같은 가구에도 사용되고, 보관함이나 필기구 등 각종 사무용품, 자동차의 내・외장재, 의료 기기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도 상당수가 플라스틱 섬유(합성 섬유)로 만들어진다. 타이어나 신발을 만들 때 사용하는 고무(합성 고무)도 플라스틱이다. 


그뿐인가. 우리가 즐겨 씹는 껌조차 플라스틱이라는 것을 아시는지.

 

이승엽 회장

 

 

플라스틱 무덤이 되어가는 지구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생산된 83억 톤의 플라스틱 중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플라스틱이 63억 톤에 달한다.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총생산량의 9%에 그쳤고, 나머지 91%의 플라스틱은 폐기물이 됐다. 폐기물이 된 플라스틱의 12%는 소각됐고, 79%는 땅에 매립되거나 자연 속에 버려졌다.

 

79%, 무려 50억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우리가 사는 환경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자연에 남겨진 플라스틱 폐기물의 증가 추세를 우려하며 “2050년에는 120억 톤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얼핏 감이 오지 않는 수치다. 무게가 75만 톤인 롯데월드타워 1만 6천 채에 달하는 무게다.

 

 

 

쉽게 쓰고 버린 것들의 역습
버려진 플라스틱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플라스틱 용기와 포장재다. 이들은 플라스틱 사용처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증가 속도도 가장 빠르다. 


플라스틱 총생산량에서 용기와 포장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17%에서 2015년에는 25%로 크게 늘었고, 사용량 또한 계속 증가세다. 


최근 온라인 쇼핑 문화 확산과 배달 음식 시장의 빠른 성장에 플라스틱 주의보는 더욱 격상되고 있는데,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거래와 배달이 폭증하면서 플라스틱 포장재와 그에 따른 폐기물이 더 많이 증가하기도 했다. 

 

 

2050년, 바다는 물반 쓰레기반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에 배출된 플라스틱의 양은 전년도 동기 대비 15.6%나 증가해 하루 평균 발생량이 무려 848톤에 달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이 수치는 지자체의 공공 폐기물 선별장 자료에만 기초한 것으로 민간 선별장이 처리한 폐기물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매립되거나 방치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조각으로 나눠진다. 이 조각들은 비를 타고 강으로,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즉 버려진 플라스틱의 종착지는 다름 아닌 해양이라는 것이다. 


앨런 맥아더 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플라스틱의 양은 800만 톤에 이른다. 15톤 덤프트럭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가득 담아서 1분에 한 번씩 바다에 버리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의 양은 1억 5천만 톤(2016년 기준)으로 “2050년이 되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지경이다.

 

 

코로나 직전 세계 강타한 미세 플라스틱
미세 플라스틱이란 통상 5㎜ 미만의 플라스틱 알갱이를 말한다. 플라스틱이 마모되거나 태양광 분해 등에 의해 잘게 부서지면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 체내에 꾸준히 축적될 가능성이 큰 데다 부작용 또한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성 또한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경로는 물(1,769개)을 비롯해 갑각류(182개), 소금(11개), 맥주(10개) 등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삼키는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는 2천 개에 달한다. 무게로 따지면 5g 정도인데 이는 신용카드 한 장에 해당한다. 한 달 기준으로는 칫솔 무게와 비슷한 21g, 연간으로는 250g에 이른다. 

 

 

미세 플라스틱 유독 많은 한국
우리나라는 이미 미세 플라스틱 위험에 상당히 노출되어 있다.

 

2018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연구진이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지에 발표한 미세 플라스틱 연구결과 논문에는 ‘한국의 인천, 경기 해안과 낙동강 하구가 세계에서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2~3번째로 높은 곳’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벨기에와 스웨덴, 네덜란드 환경학자가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2020년 12월 국제 학술지 ‘환경오염’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한국의 서해가 지중해와 함께 미세 플라스틱 오염에 가장 취약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플라스틱 소비량이 많고 공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영유아에서 10배 더 검출, 충격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지난해 7월, 실험용 쥐에게 주입된 미세 플라스틱이 1시간 만에 온몸으로 퍼진 뒤 위와 장에서 24시간 정도 머물고 대부분 배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간에는 48시간이 지나도 배출되지 않고, 투입 초기(1시간)보다 5배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쌓인 상태였고, 생식기에도 3배가 누적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2019년, 어류 배아 실험을 토대로 초미세 플라스틱이 세포의 ‘에너지 공장’에 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미세 플라스틱이 성인보다 영유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실생활에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와 ‘폴리카보네이트(PC)’에 대해 조사한 결과, 영유아에게서 성인보다 10배 이상 많은 PET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뉴욕대 연구진은 또한 신생아와 별도로 생후 1년 이내 유아 6명에 대해서도 대변 검사를 진행했는데 6명 모두에게서 1g당 5,700~8만 2,000ng(나노그램, 10억 분의 1g)의 PET 성분이 검출(중간값 3만 6,000ng)됐다. 


이는 비교 대상(뉴욕주에 거주하는 30~55세 성인) 10명 중 9명에게서 채취한 PET 중간값인 2,600ng의 13.8배 수준이다. 연구팀은 “유아가 성인보다 미세 플라스틱 섭취가 최대 14배가량 높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유아들이 플라스틱 젖병, 장난감, 식기 등을 입으로 빠는 과정에서 성인보다 더 많이 플라스틱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았으며, 섬유 속의 미세 플라스틱도 이 같은 현상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종종 천을 물고 빠는 영유아는 직물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되며, 더욱이 카펫이나 매트 위로 기어 다니는 일이 많아 노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태변에서마저 검출되는 미세 플라스틱
국제 저널인 《환경 과학 기술》에 게재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뉴욕대학교와 중국 난카이대학교 공동연구팀이 뉴욕주의 신생아 3명에게서 태변 샘플을 채취해보니 이 가운데 2명분에서 태변 1g당 1만 2,000ng과 3,200ng의 페트(PET) 성분이 각각 검출됐다. 


생수병 등에 쓰이는 PET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한 플라스틱인데 PET가 검출된 태변 1개에서는 다른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PC) 성분도 1g당 110ng이 나왔다.

 

2020년 이탈리아 연구팀이 실험에 동의한 임신 여성 6명 가운데 4명의 태반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검출한 바는 있었지만 태변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건 처음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뉴욕대학교 연구는 임산부가 섭취한 미세 플라스틱이 태반과 태아의 장기를 거쳐 소화·배설되는 과정까지 밝혀냈다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환경 문제는 단순 캠페인 아닌 현실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문명의 발달로 인간이 해를 입는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맹목적인 성장이 아니라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 또한 중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지구 환경을 저해하는 요소가 어디 플라스틱뿐이랴. 탄소 중립도 중요한 이슈다. 과거처럼 환경 보호 차원에서 나오는 ‘캠페인’이 아니다. 인간과 생태계의 존립이 달린 문제다. 


실제로 많은 산업에서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식이 ‘표준’이 되고 있다. 전 세계가 앞다퉈 메타버스의 개발과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다. 


국가나 기업만이 아니라 개인도 일상생활에서부터 조금씩 플라스틱의 사용과 배출을 줄여야 한다. 작은 실천이라도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탄소 중립이나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앞장서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다.

 

 

플라스틱, 우리 그만 헤어져
플라스틱이 인간의 생활에 얼마나 많은 발전을 가져왔는지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플라스틱이라는 문명이 준 편의와 혜택을 입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제 인간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다면 생태계와 공존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환경 문제는 이제 ‘권고’가 아닌 제도적 ‘규제’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플라스틱을 집어 들 때 한 번쯤 떠올려보자. ​우리의 예쁜 아가들이 뱃속에 플라스틱을 채우고 태어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상상 말이다. 과도한 비유라고? 앞선 연구결과를 다시 읽어보자.

 

이건 현실이다. 

 

 


이승엽
현) GMK기후환경미래교육연구소 회장
현) 세계기후변화상황실(GCCSR)한국대표부 강북지부 대표 
현) 글로벌교육세계지원본부IO-WGCA 전문위원
현) 생태환경디자인컨설팅 이사
현) ㈜한교육 인천총괄지사장
현) (사)세계청소년동아리연맹 총괄본부장
현) (재)국제문화예술기구 총괄본부장
현) (유)서해항공방재 서울지사 대표
현) 강사천국사회적협동조합 대표
현) 한마음사회복지재단 서울시지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