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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갈등② 부부 갈등...가정의 중심은 부부다

총성 없는 전쟁, 전쟁 아닌 전쟁
대화와 이해가 소통과 배려를 만든다

가족이란 ‘부부나 부모, 자녀와 같이 혼인이나 혈연, 입양 등으로 맺어진 사람들’을 뜻하고, 가정은 ‘한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가 더해져 있다. 즉, 가정은 사람들이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그런 가정의 중심에 있는 건 부부다.

 

고희지 

 

 

현재의 가정은 핵가족이 대부분이라 자녀들이 출가나 독립하고 나면 부부만 남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갈등 거리도 늘어난다. 부부 갈등의 유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1. 종속적 관계

부부 중 한쪽이 지배적인 경우인데, 대부분 지배적인 쪽이 명령을 내리면 다른 한쪽은 수행하는 구도다. 그 과정에서 불만이 있어도 토로하지 못하고, 불만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다.

 

2. 평화주의

문제가 생겨도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말은 ‘평화’지만 어느 한쪽이 평화를 위해 문제를 묵인하고 얼른 넘어가 버리는 경우다.

 

3. 갈등회피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 문제를 대면하는 자체가 피곤하니 ‘일단 피하고 보자’는 갈등회피형 부부다. 이들에게 논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필자가 상담한 부부 갈등 사례를 들어본다.

 

 

 첫 번째 사례 

주부 내담자였다. 일찍 결혼하여 이미 아들들이 장성해 독립했고, 최근 남편이 예순이 되기 전 조기퇴직을 하셨다.

 

남편은 “그동안 가족들 먹여 살렸으니 이젠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고 했다. 그는 결혼 후 속 한번 썩이는 일 없이 성실하게 가정을 이끌어준 가장이었고, 아내도 그런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왔다. 그래서 남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남편은 문제없이 지냈다. 때로는 늦잠도 자고 하고 싶던 운동도 하고 여유롭게 책도 읽으며 시간을 잘 보낸다. 문제는 아내였다.

 

남편이 퇴직하기 전 아내의 일상은 이랬다. 아침 식사 후 남편이 출근하면 수영장에 갔다가 친구들과 브런치를 즐기고, 주 3회는 영어학원에 들러 회화공부도 하며, 오후에 귀가해 저녁준비를 했다.

 

낮에는 브런치를 즐기고, 남편이 늦는 날이면 대충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워도 됐다. 그런데 이제는 매일 밥과 국, 반찬을 삼시 세끼 차려내야 했다.

 

이전의 루틴 혹은 패턴이 흔들렸기 때문일까. 갑자기 24시간 집에 있는 남편의 존재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성실하고 고마운 존재였던 남편이 일명 ‘삼식이’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삼식이[三食ㅡ] : 백수로서 집에 칩거하며 세 끼를 꼬박꼬박 찾아 먹는 사람

일식이(一食ㅡ) : 하루에 한 끼만 집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

이식이(二食ㅡ) : 하루에 두 끼만 집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

영식이(零食ㅡ) : 하루에 세 끼 모두를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은 사람

 

결국, 영어학원, 수영장을 중단하고 친구들과의 브런치도 딱 끊었다. 물론 남편의 세 끼 식사를 차리느라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꼭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눈치를 보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하루 이틀 쌓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런 스트레스의 원인은 은퇴 후 배우자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갱년기를 시작으로 호르몬의 변화와 분노 조절 능력 감소 등이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신체 노화에 따른 심리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요새는 남자도 갱년기 치료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내가 제안한 솔루션은 대화였다.

 

허심탄회한 대화. ‘사실 나는 당신이 없는 시간에 이러저러하게 보내왔다’는 얘기만 해보시라고 했다. 그래서 눈치가 보인다거나 힘이 든다는 얘기는 일단 빼고.

 

얼마 뒤 아내를 다시 만났다. 안색만 보더라도 ‘내 솔루션이 잘 통했나 보다’ 싶었다. 짐짓 모른 체하며 어땠는지 물었더니 “의외로 쉽게 풀렸어요”라고 했다.

 

아내의 말을 들은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 그래? 그럼 하던 대로 하구려. 나도 좀 쉬었다가 낚시를 다닐까 했는데 당신 혼자 두고 나 혼자 다니려니 좀 미안하기도 해서 내심 고민했거든. 집에 있는지 얼마나 됐다고 혼자 나다니느냐, 나하고 좀 있어 다오 할까 봐. 당신이 그런 줄도 모르고 괜한 고민 했구려, 하하하!”

 

하더란다. 물론 이 경우는 서로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소통이 되는 경우다.

 

 

 두 번째 사례 

역시 마찬가지로 남편이 퇴직하고 집에 계시는 부부 사례다.

 

아내는 문화센터에 요가와 댄스를 배우러 다녔는데, 남편이 ‘요가는 뭐하러 하느냐’, ‘집에서 담요 깔고 윗몸일으키기나 해라’, ‘천박하게 남자 손 잡고 춤이나 추러 다니느냐’라고 한다는 거다.

 

그뿐인가. ‘이제 돈벌이가 예전 같지 않으니 외식은 삼가고 집에서 해 먹자’, ‘집안 관리는 왜 이 모양으로 하느냐’는 등 일거수일투족 잔소리로 일관했다.

 

결국, 소통이 되지 않으니 황혼 이혼을 요구했다. 다행히 남편이 상담에 응하기로 해 여러 형태로 상담을 진행했고 이혼은 면했지만, 여전히 가정주부의 취미 활동은 못마땅한 눈치였다.

 

신혼 초기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활관을 발견한 부부간의 갈등이 첨예하다지만, 통계상 부부 갈등은 60대 후반 황혼기에 제일 심각하다.

 

2021년 통계청 자료에에 따르면 부부 갈등을 경험한 216명 중 갈등의 원인으로 ‘배우자의 성격 및 사고방식’을 꼽은 사람이 20.1%로 가장 많았으며, 19.5%는 ‘배우자의 생활방식’이라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부부 갈등의 원인으로 경제문제보다는 배우자의 성격이나 생활방식을 더 많이 꼽았다.

 

오랫동안 함께해도 개인의 인성이나, 가치관 같은 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수밖에 없다.

 

 

퇴직이혼

과거 일본에서도 황혼 이혼, 일명 ‘퇴직이혼’이 성행했었다. 우리나라도 그 추세다.

 

2021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30년 넘게 혼인 생활을 이어오다 황혼 이혼한 사례가 전체 이혼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년 사이 1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 사느니 이제라도 내 인생 찾아 살겠다’는 부부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한편, 부부 갈등과 황혼 이혼의 증가는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혼하고 안 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우울증이나 자살, 또는 고독사 등의 문제가 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부부는 일심동체라지만, 나와 완벽히 딱 들어맞는 타인이라는 건 없다. 일심동체를 향해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지, 평생을 노력해도 정말로 100% 일심동체가 되는 부부는 없다. 결국, 상대방의 입장과 생각을 먼저 들어주고 내 입장과 처지를 설명하며 타협해가는 것이다.

 

관계에 위기가 왔을 때 조금만 성질을 누그러뜨리고, 상대방의 입장을 진지하게 고민해본다면 정말로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

 

항상 강조하지만 서로 대화해야 소통할 수 있고, 소통해야 이해할 수 있으며, 이해해야 배려할 수 있다. 여태껏 고집해온 자신의 가치관을 조금만 바꾸면 가능하다. 가치관은 자신이 잘 살기 위한 기준 아닌가. 자신이 잘 사는 데에 배우자와의 관계보다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게 달리 또 있던가.

 

건강한 가족문화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 〈하이패밀리〉에서 소개하는 ‘부부간 불화 예방법’ 중에서 몇 가지를 뽑아봤다.

 

1. 자존심은 절대 건드리지 마라

2. SAT(Sorry And Thank you)를 자주 사용하라

3. 부부간에 더 예절을 지켜라

4. 부부 공동의 취미를 가져라

5. 부부의 관계가 자녀보다 우선이다